오래된 책갈피, 멈춰진 시간의 페이지
오래된 책갈피, 멈춰진 시간의
페이지
오랜만에 펼쳐든 낡은 책의 눅눅한 종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빛바랜 페이지 사이에서 문득 발견한 오래된 책갈피 하나. 얇은 종이 조각일 수도, 낡은 나뭇잎일 수도, 혹은 잊혀진 누군가의 사진 조각일 수도 있는 그것은, 책 속에 멈춰진 시간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책갈피가 놓여 있던 페이지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밑줄이 그어진 문장, 희미하게 연필로 쓴 메모, 어쩌면 책 주인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작은 흔적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책갈피는 단순한 읽기 도구를 넘어, 그 책을 읽었던 누군가의 시간과 기억을 담고 있는 매개체가 된다.
오래된 책갈피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손에 쥐어본다. 그 질감, 색깔,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낯선 듯 익숙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과거의 한 순간을 붙잡고 있는 작은 닻과 같다.
책갈피는 그 책이 읽히던 당시의 풍경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 주인이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를 기대했을 순간,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깊이 생각했을 시간, 혹은 슬픈 이야기에 눈물을 글썽였을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그 작은 조각 속에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책갈피는 책 주인이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일 수도 있다. 우연히 끼워 넣은 낙엽 한 조각에서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 바랜 사진 속 낯선 미소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감정은, 멈춰진 시간 속에서 되살아나 현재의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오래된 책갈피는 잊혀진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펼쳐보게 하는 힘을 지녔다. 그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의 한 순간과 조우하게 하는 특별한 열쇠와 같다. 책갈피가 멈춰 세운 시간의 페이지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었던 감정, 희미해진 기억, 그리고 어쩌면 우리 삶의 중요한 조각들을 다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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